88올림픽으로 세상은 떠들썩 한 가운데 결혼을 했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결혼을 한 거라서 서울에 직장을 잡긴 했지만
알콩달콩 살만한 독립된 공간을 얻기에는 여러가지로 부족했죠.
한참 공부해야 하는 동생들도 있었고 남편쪽은 시골에서 농사 조금
짓고 있는데 결혼했다고 돈 좀 보태달라고 할 형편이 못됐습니다.
그때는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아죠.
둘이 봉천동에 집을 얻었습니다. 2층집인데 건물 뒷쪽으로 조그만 부엌이 달린
방이었는데....봉천동에서도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낙성대 쪽은 부자들이 많았고
그 뒷쪽으로는 봉천시장이 있는 쪽은 말 그대로 달동네였습니다.
어찌됐든 우리 부부는 어쩡쩡하게 단독 1층 방 한칸에 세를 살게 됐는데
보증금이 70만원이었나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거기다 월세가 5만원
전기료 수도세 다 합쳐서 한달에 5천원.
주인은 노부부와 아들 부부와 손주 2명이었습니다.
주인댁 노부부는 특히 버희 부부를 예뻐라 했습니다.
회사에 갔다가 오며 주방 싱크대 위에 쟁반이 올려져 있습니다.
보면 쟁반 가득 맛있는 반찬과 찌개까지.......
손님이 오는 날은 더 푸짐하게 갔다 놓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니 눈물이 좀 나려고 합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2층 대 저택에 살면서 왜 세를 들였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지만 저희는 거기서 무려 6년을 살았습니다.
사는 동안 한 번도 세를 올려 받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 거기서 열심히 돈을 모아 과천으로 이사를 왔죠.
임신을 해 예민해서 그런지 자꾸 연탄가스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이사를 하게되었답니다.
과천에서 첫 아이를 출산했는데 할머니가 발목을 다쳐 절뚝거리시며
제 아이를 보시러 집에 오셨습니다.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남편도 봉천동을 지나는 일이 있으면 가끔 들리곤 했는데
지금은 한국에 계시지 않습니다. 온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나도 언젠가 집이 생기면 그런 착한 주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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