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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농부의 귀농일기

농번기

by 개미농부 2017. 10. 23.

시월 중순부터 감 수확이 시작되었다.

오전에는 감 따고

오후에는 염소 돌보고

그리고 부지런히 짬내서 매실나무를 손본다.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 일과이다.

지금부터서 겨울작업을 조금이라도 해놓지 않으면

겨울에 다 해내지 못한다.

머리속에 들어오는 일거리들로 숨이 턱 막힐 때도 있다.

뭐, 안 한다고 해서 뭐라할 사람은 없다.

주머니와도 상관없고.

 

10월 21일자 신문를 읽다가

마음에 쏙 들어 오기에 옮겨 적어본다.

 

- 백영옥의 말과 글 -

 

"조금만 더 버티세요!"

 

피트니스라면 질색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장편소설을 쓰고 나서 '손목터널 증후군'이 생겼고,

다섯 번째 탈고 후 '좌골신경통'이 생겼다.

소설 연재를 시작하면 매일 10시간이 넘게

의자에 앉아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려야 한다.

어느 작가는 건초염 때문에 볼펜으로 자판을 찍어가며 소설을 썼다.

나는 좌골신경통 때문에 1500장 분량 소설 절반을 '서서' 썼다.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까지 샀으니 말을 말자. 직업병이다.

 

올봄 퍼스널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돈 많이 주고 벌서는 기분이었다.

바벨을 얹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는 스쿼트를 30번씩 5세트 하고 나면 다리가 후들거렸다.

토할 것 같아 화장실 변기로 달려간 적도 있었다.

하지만 기계체조 국가대표 상비군이었다는 트레이너는 '웨이트만큼 재미있는 건 없다!' 는,

나로선 조금도 믿기지 않는 말을 하며 소리쳤다.

"버티세요! 10초만 더!" 그가 빈번히 한 말은 "세 개만 더!"였다.

 

트레이너의 "버티세요!" 라는 말이 마법의 주문이란 건 넉 달 뒤 알게 됐다.

죽어도 못 하겠다 싶을 때 버티며 했던 딱 그만큼씩만 체력이 늘었다.

이 악물고 인상만 쓴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어느 부위에 통증이 생겨야 정확히 운동이 되는지 아는 것도 중요했다.

덤벨이 무거워지면서 역설적으로 몸은 가벼워졌다.

'조금만 더 버티라' 는 그의 말은 임계점에 대한 삶의 은유로 다가왔다.

섭씨 99도가 되어도 물은 끓지 않는다. 1도가 더 필요하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한 번만 하는 웨이트 운동은 없다.

3세트, 5세트씩 반복해야 한다.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것이다.

 

성취를 꿈꾸며 "언제까지 이걸 해야 할까요?"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언제까지인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소설이라면 '더 이상 도저히 고치지 못할 것 같다' 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 번 고칠 수 있는 용기를 '쥐어짜 내야' 한다. 그때 소설은 조금씩 좋아진다.

점점 더, 재능이나 열정이란 어쩌면 그 반복을 견디고 지속하는 힘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삶도, 운동도, 소설쓰기도 비슷하다.

 

 

 

매실나무 아래에 패화석을 뿌렸다.

토양의 산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이 날 10월 중순의 햇볕이 사람을 지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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