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지루함과 허리아픔을 인내하고
인내하면서
영감한테 물었다.
"십년 후에도 우리가 이리 쪼그리고 앉아서
가지 묶고 있을까?"
영감 답이,
"그 때는 면적이 좀 줄지 않았을까?
제일 먼저 이 길 아래 밭이 바뀌었것제
두릅이나 엄나무 등으로..."
"이 대화, 기록으로 남겨 놓아야 해."
십년 후에
오늘 가지 묶으면서
우리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를
회상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몹시 궁금해진다.
십년 후에는 매실밭이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
오늘은 1구역 중간길을 해치우는 날.
언제나 시작할 때는 막막하다.
한숨부터 나온다.
저걸 언제 다 하나...
그러나 하나 하나 해나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이렇게.
이런 지루한 일을 할 때는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마음 속으로
중얼거리는 주문이 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
매실밭 여러 구역 중에서
경사가 제일 심한 곳에서
가지를 모으고 있다.
가지정리를 끝낸 풍경.
풀베기, 매실 따고 옮기는 일 등 모든 작업이
힘든 구역이다.
우리가 힘이 딸려 포기해야 할 구역 중 영순위.
지금도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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